[한국4차산업신문] 오성환 KFA 피지컬 코치가 지난해 10월 7일부터 9일까지 2박 3일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스파이어 학회(Aspire Academy Global Summit “Football Performance and Science”)에 다녀왔다.
중동 국가인 카타르에 위치하고 있는 아스파이어 아카데미(이하 아스파이어)는 카타르 정부의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2004년도에 설립된 스포츠과학 연구소이자 동시에 선수들이 직접 훈련하는 훈련장이다. 올림픽 종목에 해당하는 스포츠(육상, 탁구, 스쿼시, 펜싱, 골프, 체조, 사격, 수영 등)의 과학적 지원을 위해 총 7개 분야(Biomechanics & Performance analysis, Biochemistry, Sports psychology, Talent Identification, Sports physiology, Strength & conditioning, Health & Medicine, Physiotherapy & Nutrition)의 수많은 전문가가 상주한다.
아스파이어의 전문가 집단은 엘리트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대학연구기관 수준 이상으로 다양한 연구 및 실험을 수행하며, 이를 토대로 얻어낸 결과를 직접 지도자와 선수들에게 적용시킨다. 아스파이어의 규모는 카타르 국가내 아스파이어 존(Aspire zone)이라는 특정 지역을 설치하여 수많은 연구실과 실내외 훈련시설이 존재한다.
연구와 현장적용을 통해 최고의 성과를 낼수 있도록 분야별 연구시설 및 실험 장비등은 세계 최고의 장비로 채워져 있으며, 지도자와 선수들을 위한 최신 훈련장비와 최적의 실내외 훈련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한 이곳에 소속된 연구원 및 지도자는 자국인보다는 대부분 미국, 유럽 및 오세아니아 등 스포츠과학 강국에서 일하던 전문가들이며 이들이 연구 및 훈련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아스파이어는 축구를 타종목과 구분하여 축구 연구만을 위한 특별 기관(Aspire Football Academy)을 설립하여 카타르 유소년 육성 및 대표팀 지원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풋볼 아카데미 디렉터는 레알마드리드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피지컬 코치로 활동한 발터디 살보(Valter Di Salvo) 교수가 맡고 있다. 축구는 총 3가지 분야(Strength & Conditioning, Physiology, Performance Analysis)로 구분하여 각 분야 전문가들이 각종 근력 및 생리학적 테스트, 경기분석을 통한 훈련 프로그램 개발로 자국 선수들의 발전을 활발히 지원하고 있다.
풋볼 아카데미는 기본적으로 자국 축구발전을 도모하고 있지만 '하나의 축구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국제적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서로간의 화합 및 축구발전을 위한 정보공유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 이를 위해 아스파이어는 세계 38개의 축구클럽, 2개 프로리그연맹 그리고 10개의 축구협회를 등록회원으로 보유하고 있다. 현재 KFA도 10개의 축구협회 중 하나의 회원국으로 등록돼있다.
그리하여 아스파이어는 매년 각 회원국들을 초청해 전문가 미팅을 연다. 2014년 프랑스 파리에서 첫 전문가 미팅을 시작으로 2015년 독일 베를린, 2016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2017년 영국 런던, 그리고 2019년 카타르 도하에서 다섯 번째 모임을 가졌다(2018년도 미팅은 개최되지 않았다). 아스파이어 측에서 클럽, 리그, 협회마다 한 명의 전문가를 초청하며, 무엇보다 모임의 성격이 축구 과학(Football Science)이기 때문에 대표자로 오는 사람들은 스포츠 사이언티스트, 피지컬 코치 혹은 기술위원장이 주로 초청을 받는다.
미팅 첫 날인 7일, 토트넘홋스퍼 감독이었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의 강연이 있었다. 강연의 주된 내용은 전술에 대한 것보다는 축구를 대하는 태도와 관련된 것이었다. 강연 당시 팀의 성적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자신이 팀을 운영하면 서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청자들과 공유했다. 축구를 이야기할 때 기술과 전술에 대해 먼저 논하지만 그 이전에 축구는 많은 감정과 느낌들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축구라는 스포츠 안에서 우리는 열정과 희망을 느낄 수 있으며 거기에 희생이라는 가치가 더해질 때 그 어느 사회에서도 볼 수 없는 더 높은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강연에 오기 전 UEFA 챔피언스리그와 자국 리그에서 2연패를 당해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지만 이 문제 앞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자신은 아르헨티나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고, 오랜 노력 끝에 지금의 위치에 있는 것을 생각해볼 때 지금 당면해 있는 팀의 위기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끊임없이 솟구쳐 난다고도 했다.
전문가 미팅에는 매년 다른 주제를 가지고 서로 토론 및 발표를 하는 순서가 있다. 주제는 스포츠과학 분야부터 유소년 발굴 및 전술적인 주제까지 다양한 부분을 다룬다. 둘째 날부터 시작된 토론의 주제는 다음과 같았다. 1) 유소년 선수의 회복 과정 최적화(Optimizing the recovery process in youth players), 2) 성장과 성숙이 트레이닝에 미치는 영향(Growth and maturation: how does it inform training) 3) 선수 발전을 위한 경기상황 인지(Understanding the game: key to developing our players)
전문가 미팅에 초청받은 각 협회 및 클럽의 대표들은 세 주제 중 한 주제를 배당 받아 그룹별로 각 방에 모여 토론을 하고 최종 결과를 미팅 마지막 날에 나와 발표한다. 이와 더불어 각 주제별로 3명의 패널들이 나와 공개 토론 및 질의응답을 받는다. 필자는 포르투갈 스포르팅CP의 스포츠 사이언티스트 프란시스코 타바레스(Francisco Tavares)와 카타르 국가대표팀의 피지컬 코치인 알베르토 멘데스(Alberto Mendez)와 함께 첫 번째 주제인 유소년 선수들의 회복과정 패널로 선정되어 토론에 참여하였다.
유소년 선수들의 회복과정을 최적화하기 위한 여러 방법론부터 각 협회 및 클럽의 정책들을 소개했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소년 시절부터 회복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것이 첫번째 과제라는 점에 동의했다. 무엇보다 회복을 위해서는 수면과 영양이 가장 중요한데 이것을 어린 선수들에게 클럽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교육을 시켜야하고, 선수뿐 아니라 같이 생활하는 부모들에 게도 수면과 영양의 중요성을 교육시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마지막 날은 아스파이어의 시설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앞서 소개한 대로 아스파이어의 시설은 크게 연구 시설과 훈련 시설로 나눌 수 있었다. 아스파이어 자체 내에서 연구를 하고 그것을 바로 훈련 및 경기에 적용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각 분야별 (Strength & Conditioning, Physiology, Performance Analysis) 전문가가 상주하며 도입된 연구 장비들은 대학연구소 이상의 것이었고, 훈련 시설은 최고의 퍼포먼스를 수행하는데 도움이 되는 많은 과학적인 장비들이었다. 또한 연구 시설, 훈련 시설과 축구장은 선수들의 동선을 고려하여 배치돼 있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비는 회복을 위한 수영장 시설과 자신의 인지능력을 측정하는 장비였다. 수영장은 물의 온도별로 나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회복용, 재활용, 훈련용, 스트레칭용 풀장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또한 자신의 현재 인지능력 상태가 어떤지 알기 위해 컴퓨터 화면을 이용하여 뇌파 측정 및 시각적 반응 속도를 측정하는 방이 따로 구비돼 있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연구 시스템 및 현장 적용 과정을 소개해주는 시간에는 많은 것들을 직접 보고 느낄수 있었다. 유소년 선수들의 장기적 지원 및 육성이라는 목적뿐 아니라 성인 대표팀의 국제 대회에서의 좋은 성적이라는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시스템의 중요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기본적인 최첨단 훈련환경 및 시설에서부터 시작하여 스포츠 과학적 연구 인력의 전문화 및 규모, 연구 분야의 다양화, 이것을 지도자들에게 적용하는 커뮤니케이션, 지도자들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 및 장비까지 가장 이상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세계 각 나라들은 끊임없이 기술, 전술, 체력, 심리의 발전을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고 발전하려는 의지가 상당함을 느낄 수 있었으며 우리 KFA에게도 카타르 아스파이어와 같은 체계화된 구조 시스템이 하나의 이상적인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오성환(KFA 피지컬코치)